티스토리 뷰

Jbee/서평&영화&자격증

그것에 대해서,

글쓰는 개발자 _Jbee 2016. 9. 19. 17:03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어릴 때는 이 영화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점차 자라나면서 그런게 있나 정도로 알게 된다. 그러든 말든 이 영화는 상영되어 왔고 지금도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이 영화는 특별하게 4D로 제작되어서, 영화를 보고 있지 않아도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친다. 영화 속 배우들의 몇 마디로 물건 값이 오르고 공항이 생기고 여러 가지 정책들이 생겨나 우리의 일상에 깊숙히 침투한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관객이 일정한 주기에 맞춰 이 영화의 감독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도 마찬가지로 감독이 되기 위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를 홍보한다. 이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사기'다. 어찌됬든 관객들은 예비 감독들의 시나리오들을 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 이렇게 관객들의 투표로 뽑힌 감독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배우들을 뽑는다. 신인 배우들은 물론 여러 현역 배우들이 감독, 그리고 예비 감독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아둥 바둥 거린다. 메소드급 연기를 펼치면서 나를 써라. 나를 쓰면 당신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서.

사실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재미없다고, 또는 봐도 소용없다고 '외면'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관객들이 하나, 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여타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흥행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관객들이 있든 말든 관객들에게 거두어간 '세금'이라는 일정한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의 감독은 관객의 요구대로 시나리오를 바꿀 필요가 없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이 영화는 계속 상영될 것이며, 적극적으로 보는 관객도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예외는 있다. 옛날, 관객들의 시나리오에 대한 항의가 거세져 감독이 물러나고, 새로운 감독이 임명되고 그에 따라 시나리오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관객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 나아가 관객들이 시나리오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헬조선’이라는 별명으로 불렀고, 보지 않기 시작했다. 감독은 더 신이 났다. 영화를 보다 아름답게 만들 자금을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사용하였고, 자신을 지지하는 배우들을 채용하는데 사용하였고,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취하는데 사용하였다. 영화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기 때문이다. 정작 영화를 홍보하는 담당부서에서는 이 영화를 보세요, 이 영화가 지금 이러고 있습니다가 아닌, 이 영화는 이렇게 아름답게 진행되고 있답니다. 하면서 아름답지 않은 모습들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다른 자극적인 요소들로 덮기 바쁘다. 이것은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미 한 통속인 홍보 담당부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진실을 마주하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열혈 시청자들이 나이드신 분들이다. 이 분들은 과거의 환상에 젖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환상에 젖어계신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가관이다. 과거 자신들의 선택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듯하다.

물론 모든 관객들이 이 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꿔보고자,
조금이라도 더 아름답게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발벗고 뛰는 적극적인 관객도 존재한다.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다.

이 영화의 원래 이름은‘정치'다.
정치라 쓰고 '쑈'라고 읽는다.

지금도 테잎은 돌아가고 있다.




«   2021/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1,486,230
Today
51
Yesterday
331